서평 썸네일형 리스트형 투명사회(한병철): 無知와 知 사이 그 어딘가, 신뢰사회의 거리 면역학적 부정성이 해체되며 과거의 규율사회는 긍정사회로, 또 과잉긍정으로 특징되는 피로사회, 다시 타자의 모호함에 대한 폭력으로 획일화를 이끄는 투명사회이자 전시사회로 변모했다. 불명확과 불투명에서 나오는 놀이의 상상력은 긍정성 속에서 사라지고, 자타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치유적 피로는 소진적 피로로 대체된다. 한편, 완전한 파악의 불능성과 타자의 비밀을 인정할 때 모호함의 자제력은 보존된다. 니체의 가면은 특수자의 심오한 정신, 즉 벤야민이 말한 아름다움을 동일성으로부터 보호한다. 또한, 타자와 거리를 둬야 하듯이 스스로와도 거리를 둬야 한다. 타자로부터 특수성을 경험하지 못하고 자신의 동일성을 체험할 뿐인 나르시시스트는 자신과의 무한한 친밀성에 빠지고, 까발려진 내면의 아름다움은 제의가치를 상실한다. .. 더보기 마음(나쓰메 소세키): 순수를 동경한 마음 나쓰메 소세키(夏目漱石, 1867~1916)는 『마음』(こゝろ, 1914)에서 순수를 동경하는 두 사람의 마음을 보여준다. 길지 않은 이 장편 소설은 작가를 염두함에 따라 여러 시각으로 읽힌다. 소세키는 일본의 근대화를 비판하며 밀려들어오는 가치들의 충돌을 고찰한 작가라고 평해지기도 하고, “인간의 에고이즘을 다루기 시작하면서 지식인의 자기 본위와 아집, 인간에 대한 불신과 그로 인한 불안감”을 드러낸 작가로서 평가되기도 한다.¹ 1909년에 『그 후』를 연재하면서 작가는 “문명에 대한 비판에서” 벗어났다고 보기도 하는데, 이는 작가가 20대 무렵부터 앓아 오던 신경쇠약이 악화되고 작가의 건강이 점차 나빠짐에 따른 변화일지도 모른다. 『마음』이 연재되기 시작한 1914년은 작가가 사망하기 2년 전으로서,.. 더보기 노동의 종말(제러미 리프킨): 경쟁의 디스토피아 기술 발전에 힘입어 노동으로부터의 ‘해방’을 기대하는 사람들이 있다. 기술적 유토피아 속에서 풍요를 즐기기를 바란다. 또, 디지털 디스토피아로서, 미래를 비관하는 사람이 있다. 1995년, 제러미 리프킨은 『노동의 종말』을 펴내며, 기술적 유토피아에 대한 우려를 더했다. 그는 노동의 ‘해방’에 반대하며 노동의 종말을 경계했다. 그것은 자유롭게 여가를 즐기는 한량보다는 실업과 임금 삭감을 걱정하는 노동자들의 혼란으로서 대표되는 것이다. 노동은 서서히, 그러나 비극적으로 종말한다. 산업 구조가 개편되면서 고임금 일자리는 사라지고, 저임금 일자리가 적게나마 그 자리를 채워간다. 계속되는 일자리의 소멸은 끝내 완전한 노동의 종말을 이끈다. 이어지는 결과들은 다음 세 가지의 소제목으로 요악된다. “소프트웨어에 의.. 더보기 System Error(Rob Reich, et al): World Is Occupied by Technology under Changing Zeitgeist The forefront of this changing world is occupied by technology that responds to the current Zeitgeist. In recent years, the mainstream of technological advancement has been driven by capitalistic "obsession with scale" without a radical reflection on the possible by-products of its "unmanageable messes," giving rise to monopolies of information, the neglect of civil values, and thereby undermini.. 더보기 노인과 바다(어니스트 헤밍웨이): 과정과 결과의 이분법을 넘어서 노인은 두 번 싸운다. 첫째는 승리, 다만 둘째는 판정패. 오랜 인고 끝에 청새치를 낚아내지만, 끊이지 않는 상어들의 습격에 남은 것은 거대한 형체의 뼈뿐이다. 결과를 갈렸지만 두 싸움에는 다음의 공통점이 있다. 노인은 절대 패배하지 않겠다는 투지를 보여주었고, 끝내 포기하지 않았다. 자신과의 싸움을 또 다른 번외 경기로 둔다면 틀림없이 완승이다. 확실히, 두 차례의 외로운 싸움에서, 노인은 자신이 아직 죽지 않았다는 것을 그 강인한 정신력으로 증명했다. 남은 청새치의 뼈를 결과로 둔다면, 항구로 돌아오기까지의 과정은 분명히 가치 있을뿐더러 아름답기까지 하다. 다만 노인이 결국 얻어낸 것은 무엇인가? 버려진 뼈와 망가진 작살 그리고 끊어진 낚싯줄, 어쩌면 진만 잔뜩 빼고는 손해만 보고 온 것일까. 그러면.. 더보기 달로 간 코미디언(김연수): '침묵'과 '어둠', 마침내 발견한 '소통'과 '이해'의 가치 라스베이거스에서 사망한 권투 선수의 이야기를 소개하며 김연수의 “달로 간 코미디언”이 시작된다. 배추머리 여자는 ‘나’에게 그 권투 선수의 “고통을 소설로” 쓸 것을 제안한다. “고통을 이해할 수 있다면” 소설을 쓸 수 있다는 말에 여자는 “고통이 뭔지 이해할 수 있”는지 묻는다. 고통을 이해한다는 건 무엇인가. 이어 작품의 배경은 ‘나’와 여자가 처음 만난 지 일년이 채 되지 않은 휴양지로 향한다. 방송국 PD로서 ‘우리 인생의 이야기’라는 프로그램을 제작하던 여자는 ‘나’에게 침묵의 가치를 말한다. “인생이란 ... 이야기 사이에 공백에 있는 게 아닐까”라며, 여자, 즉 안PD는 자신이 무수히 편집해 낸 침묵의 시간에 출연자가 차마 전하지 못한 인생 이야기가 담겨 있는 것 같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 .. 더보기 일본 정치의 구조 변동과 보수화(남기정): 'NHK 우경화 논란과 한국 정부의 언론장악 시도' 『일본 정치의 구조 변동과 보수화: 정치적 표상과 생활세계의 실상』은 구조적 변동기에 들어선 일본의 정치적 보수화를 다루는 책으로, 흔히 '우경화'로 이야기하는 일본 정치의 우익화와 보수화를 논한다. 편자는 서문에서 "'우경화하지 않으려는 일본'의 존재를 상정하면 이 문제('반 세기의 우경화 시도에도 불구하고 아직 먼 우경화'라는 모순)는 풀린다."라면서 일본이 "민주주의와 평화의 진보적 가치를 여전히 내재화시키고 있는 국가"라고 가정할 것을 제안한다(일본 정치의 구조 변동과 보수화, p.20). 즉, 우경화하려는 보수 우익의 가치는 주류 가치에 반대하여 이의를 제기하는 상수적 존재라는 것이다. 이러한 가정에서, 이 책은 3부 8장에 걸쳐 일본의 우경화를 이해하고자 한다. 내가 주목하고자 하는 것은 일본.. 더보기 비 오는 길(최명익): '오랜 역사의 혼' 줄거리 주인공 ‘병일’은 공장 노동자로서 살아간다. 그는 공장에 오랜 시간 근무했음에도 고용주의 신임을 받지 못하고, 칙칙한 거리를 매일같이 거닌다. 삶의 목적을 찾지 못한 채 방황하던 도중, 그는 우연히 사진관에 들어서게 된다. 사진사는 그에게 술을 권하며 그 나름의 인생관을 설교한다. 사진사는 그에게 삶의 방향을 제시하지만 그가 생각하는 행복의 기준은 사진사의 것과는 다르다. 사진사와 교류하며 그는 삶에 대해 성찰할 시간을 가짐과 동시에 책 읽기를 중단하며 현실에서 도피한다. 사진사는 신문사 지정 사진관을 운영하는 선배의 건강이 위독함을 언급하며 이를 신문사 지정 사진관의 자리를 꿰찰 기회로 여기지만 역설적으로 사진사는 선배보다 먼저 세상을 뜨게 된다. 사진사의 죽음은 그의 성찰을 도중에 완료시키고,.. 더보기 이전 1 2 3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