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썸네일형 리스트형 피라네시(수재나 클라크): ‘공간’과 ‘일지’ “내가 사는 ‘집’은 무수히 많은 방과 끝없는 복도가 이어지는 광활한 곳이다. 방의 벽에 는 수천 개의 각기 다른 동상들이 줄지어 있다. 집 안에는 바닷물이 흘러들어 낮과 밤을 가리지 않고 파도가 노래한다. 하늘에는 언제나 태양과 달과 별이 선명하게 빛나고 있다. 아름다운 나의 ‘집’, 나는 이곳에서 살아가는 유일한 사람이자, 탐험가이자, 과학자이다. 나는 오늘도 내가 갈 수 있는 가장 먼 곳까지 여행하고 모험한다. 내 이름은 피라네시, 나는 기억을 잃어버렸다.” 수재나 클라크. 『피라네시』. 김해온 역. 흐름출판. 2021. 즉, 피라네시는 현실과 완전히 단절되어 있는 새로운 공간에 놓여 있다. 그는 그 미지의 공간을 ‘집’이라고 칭한다. 바닷물이 들이치는 때를 기록하며 정기적인 바닷물의 범람을 예측하.. 더보기 생태적 전환, 슬기로운 지구 생활을 위하여(최재천): 재난의 책임 지난 8월 8일, 한달에 걸쳐 내릴 비가 하루만에 수도권을 덮쳤고, 수백억 원의 재산피해와 더불어 수십 명에 달하는 인명피해를 냈다. 하지만 아무도 이같은 폭우를 감히 예측할 수 없었다. 이처럼 폭우로 인한 수해는 자연재해로 기록된다. 자연재해는 자연 현상에 의한 재난으로서 그 원인을 자연에서 찾는다. 그러나 이것이 기후변화의 단면이라면, 그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 것일까. 최재천의 ‘생태적 전환, 슬기로운 지구 생활을 위하여’에서는 환경 재앙과 인간 활동 간의 연관성을 찾는다. 현대의 환경 재앙은 더이상 자연만의 영역이 아니라는 것이다. 게다가 그는 “지구온난화로 인해 열대 기후가 확산되며 바이러스의 활동 범위가 넓어지고, 대기 오염은 바이러스의 전파를 촉진시킨다.”며 폭풍과 홍수와 같은 자연재해 뿐 아.. 더보기 자본의 역습(고봉준): 자본주의는 어떻게 ‘부’와 ‘잉여가치’를 만들어 내는가 고봉준. 『자본의 역습』. 소소의 책. 2022 자본주의의 태동부터 현대까지, 저자는 자본주의의 전반을 폭넓게 훑는다. 저자는 자본주의의 시작을 ‘인클로저 운동’으로 정의한다. 인클로저 운동으로 유럽의 농민들은 토지가 빼앗긴 뒤 도시로 내몰렸다. 그들이 도시 노동력의 원천이 되면서 곧 이는 산업 혁명의 밑거름이 되었다. 인클러저 운동부터 신자유주의까지 이에 저자는 애덤 스미스와 칼 마르크스, 존 스튜어트 밀의 주장을 인용한다. 스미스는 자본주의 속에서 개인의 이윤 추구가 국가의 부를 축적시키는 결과를 낳는다고 말하는 한편, 마르크스와 밀은 정당하지 않은 불평등이라는 자본주의의 한계를 지적하기도 한다. 저자는 헨리 조지의 설명도 인용하는데, 그에 따르면 불평등 문제는 곧 ‘지대’라는 개념에 귀결된다. 노동.. 더보기 The Garden Party(Katherine Mansfield): The Class Distinction in Western Society in the 20th Century In a 1922 short story, The Garden Party, the protagonist Laura comments “the class distinction” when she reflects on the reason why she cannot become a friend with the guy who is setting up the marquee. She thinks that’s because of “the absurd class distinctions.” Class distinction means a characteristic that is observed to differ based on social class. Here, the class distinction in western soc.. 더보기 위험한 숫자들(사너 블라우): 국내총생산(GDP)의 통계적 오류 "숫자는 어떻게 진실을 왜곡하는가." 겉표지에 크게 적혀 있는, 이 책의 주제를 관통하는 문구다. 저자는 수많은 분야에서 사용되는 숫자가 사람들의 판단에 오류를 만들어낸다고 주장한다. 그중 가장 관심이 가는 주제는 국내총생산에 관한 것이었다. 저어새를 구경하며 국내총생산의 맹점에 대해 알아 보았던 것이 이에 크게 작용했다. 국내총생산은 돈으로 측정 가능한 모든 생산물의 가치를 나타낸다. 흔히 국내총생산을 국가의 경제 상황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지표로 사용하고, 이 수치가 증가하면 그 국가의 경제가 성장했다고 말한다. 이처럼 국내총생산의 증가는 마냥 긍정적인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저자는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국내총생산에 대한 위 설명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국내총생산은 돈으로 측정할 수 없는 가치.. 더보기 수학비타민 플러스(박경미): "수학이 도대체 어디에 소용되느냐" 머리말에서 작가는 “가장 흔한 질문은 학교에서 배운 그 어려운 수학이 도대체 어디에 소용되느냐는 것이다. … 고등학교 졸업과 동시에 수학에 대한 망각의 강을 건넜다는 푸념을 많이 들었다.”라고 말했다. 내가 바로 얼마 전까지도 느끼고 있었던 익숙한 회의였다. 그와 동시에 나 또한 졸업하는 즉시 모든 수학적 지식을 잊어버리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가는 사람들에게 수학의 유용성과 재미를 알리는 것이 책을 펴낸 이유라고 밝혔다. 책 속에는 숫자와 관련된 괴담부터 십진법과 십이진법의 역사까지, 수학에 대한 흥미로운 주제들이 담겨 있었다. 그중에서도 인상 깊었던 내용은 가장 마지막 장이었다. 작가는 “수학 공부는 이해의 공백이 생긴 곳에서 시작된다”고 말했다. 수학은 이전 내용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 더보기 적을수록 풍요롭다(Less Is More)(제이슨 히켈): GDP는 성공의 지표가 아니다 경제 성장과 환경 보전 사이의 우선 순위를 어떻게 판단하는지에 관계없이, 우리는 기후 변화에 따른 위기를 몸소 느끼고 있다. 기후 변화에 대처하는 것이 시급한 문제임은 확실하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논지는 경제 성장과 환경 보호가 양립할 수 있는가, 바로 이것일 것이다. 경제 성장과 환경 보호가 공존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경제 성장이 곧 환경 보호에 기여한다고 말한다. 제이슨 히켈은 그의 저서, ⟪적을수록 풍요롭다⟫에 발전한 기술은 효율 증대에 긍정적이라고 썼다. 경제 성장에 반대하는 주장을 전개하는 와중에도 경제 성장의 기술적 이점을 인정한 것이다. 또한 경제 성장을 고려하지 않는다면, 빈국은 그들의 경제적 어려움을 헤처나갈 수 없으며 국민들에게 인간다운 삶을 제공하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더보기 역사(力士)(김승옥): 새마을운동과 굿 거버넌스(Good Governance) "역사(力士)"는 김승옥이 1964년 발표한 단편소설이다. 급속한 산업화가 이루어지던 1960년대를 배경으로 주인공 '나'가 겪는 갈등을 그리고 있다. '나'는 '창신동'의 허름한 집에서 하얀 회가 발라진 깨끗한 '양옥집'으로 이사를 가게 된다. 양옥집에서의 규칙적이고 강제적이기까지 한 생활은 자유로운 삶을 그리는 '나'를 끊임없이 괴롭힌다. 매일 규칙적으로 울려퍼지는 "엘리제를 위하여" 피아노 선율과 함께 모든 것이 톱니바퀴처럼 돌아가는 양옥집의 생활을 '나'는 다음과 같이 표현한다. 처음에 나는 이 집에 대하여 존경심을 가졌다. 그러나 나는 이내 그것이 처음 보는 경치에 보내는 감탄과 같은 성질의 것밖에는 되지 않음을 알았다. (...) 이 가족의 계획성 있는 움직임, 약간의 균열쯤은 금방 땜질해 버.. 더보기 이전 1 2 3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