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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생태적 전환, 슬기로운 지구 생활을 위하여(최재천): 재난의 책임

최재천. 생태적 전환, 슬기로운 지구 생활을 위하여. 김영사. 2021.

지난 8월 8일, 한달에 걸쳐 내릴 비가 하루만에 수도권을 덮쳤고, 수백억 원의 재산피해와 더불어 수십 명에 달하는 인명피해를 냈다. 하지만 아무도 이같은 폭우를 감히 예측할 수 없었다. 이처럼 폭우로 인한 수해는 자연재해로 기록된다. 자연재해는 자연 현상에 의한 재난으로서 그 원인을 자연에서 찾는다. 그러나 이것이 기후변화의 단면이라면, 그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 것일까. 

 

최재천의 ‘생태적 전환, 슬기로운 지구 생활을 위하여’에서는 환경 재앙과 인간 활동 간의 연관성을 찾는다. 현대의 환경 재앙은 더이상 자연만의 영역이 아니라는 것이다. 

 

게다가 그는 “지구온난화로 인해 열대 기후가 확산되며 바이러스의 활동 범위가 넓어지고, 대기 오염은 바이러스의 전파를 촉진시킨다.”며 폭풍과 홍수와 같은 자연재해 뿐 아니라 감염성 질병 또한 인간 활동과 무관하지 않다고 말한다. 이처럼 인류가 자연에 깊이 개입하기 시작하면서 수많은 재난의 원인을 제공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의 관점을 고려할 때, 8월의 폭우에 대해서도 자연의 탓만을 하기는 어렵다. 이번 집중 호우의 원인으로 지구 온난화가 지목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구가 뜨거워지면서 북쪽의 찬 공기와 남쪽의 더운 공기 사이의 온도차가 줄어들었고 대기 흐름이 둔화되며 구름대가 한반도 상공에서 정체되었던 것이다. 지구 온난화의 영락없는 주범으로서 인류는 이번 수해에 대해서 떳떳할 수 없다.

 

이는 비단 우리나라만의 일은 아니다. 유럽에서도 위와 같이 공기가 갇히는 ‘블로킹 현상’에 의해 수많은 도시가 극심한 폭염을 겪고 있다. 유럽의 더위는 나날이 신기록을 세우고 있다. 미국의 경우도 비슷하다. 미국 기상청은 위험하고 강렬한 여름 더위가 계속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과학자들은 그동안의 과학적 합의가 지구 온난화를 과소평가해 왔을지 모른다는 우려를 내비치고 있다.

 

최재천은 “기후변화는 다르다. 우리가 그어놓은 경계를 무시한다. 전지구적으로 벌어지는 일이라서 서로 책임을 전가하기 바쁘다.”라고 말한다. 지역을 가리지 않는다는 특징이 국가 간 협력을 저해하는다는 점이 아이러니다. 전세계가 전례없는 이상기후에 고통받고 있는 가운데 어느 때보다도 세계적 협력이 필요한 때다. 

 

그의 책에 담긴 한 소단원의 부제처럼 아주 불편한 진실에 맞서 조금 불편한 삶을 감수하는 것이 필요하다. 인류가 생존하기 위해서 이기심과 욕망을 버리고 자연과 공생해야 한다는 그의 주장처럼 기후변화에 맞서기 위해서는 인류의 양보가 필요하다. 각자의 이익만을 좇다보면 어느새 환경 문제는 뒷전이 되기 쉽다. 개인, 기업, 정부에 이르기까지 모든 주체가 함께 양보하여 기후 위기 극복이라는 공통 목표를 지향해야 한다.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생태적 자세가 중요해지는 대목이다. 

 

2022년 8월 21일

© 이시후 (keepedia06@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