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다음의 세 키워드가 언론의 주요 주제가 됐다. ‘주가 하락’, ‘금리 인상’, ‘물가 상승’. 이들은 떨어지는 자산 가치와 위축되는 소비 경향을 나타내며 경기침체 우려를 시사한다(경기 침체는 보통 일정 기간 동안 연속해서 국내총생산(GDP)이 이전에 비해 하락하는 것을 뜻함. 즉 경제 성장이 둔화된다는 것임.).
한편, 기후위기가 심화되면서 경제 성장이라는 강박에서 벗어날 것을 주장하는 탈성장 이론이 등장했다. 성장이 멈추는 것을 반드시 피해야 할 부정적 요소로 여기는 시점에서 탈성장은 기존의 틀을 바꾸는 개혁적인 시도였다. 본 보고서에서는 탈성장의 이론적 바탕을 알아보고 기후위기에 미칠 영향을 점검하고자 한다.
탈성장의 이론적 배경과 비판
제이슨 히켈(2021)은 그의 저서 『적을수록 풍요롭다』에서 경제 성장은 이전보다 더 많은 자원과 에너지의 소비를 필요로 한다고 말한다. 히켈은 앞으로 에너지 수요는 계속 증가할 것이며 재생 에너지를 향한 전환은 늘어나는 수요를 신속히 충당할 수 없고, 따라서 성장이 전제되는 한 기후위기에 극적인 변화를 일으킬 수 없다고 주장한다. 히켈은 자원과 에너지 소비를 큰 폭으로 감소시킬 것을 촉구하고, 이를 위해서 부유한 자본주의 국가들에게 성장을 포기할 것을 요구한다.
또한, 히켈은 국가가 경제 성장이 아닌 인간의 보편적 행복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김현우(2022)는 탈성장이 탄소 상한, 기본소득, 노동시간 단축, 공유자원화 등 성장과 무관한 복지 정책을 포괄한다고 말하며, 이는 공공재와 사회복지 확대를 제안하는 히켈의 주장과 일관된다.
조영준(2021)은 탈성장이 국내총생산의 즉각적인 감소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지만 곧 국내총생산의 감소를 야기할 것이라고 예측했으며, 이는 탈성장론자들도 인정하고 있는 사안이다. 탈성장 반대자들은 국내총생산의 감소가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이며 동시에 인간의 행복을 보장할 수 없다고 비판한다.
이에 히켈은 자원 분배를 개선하고 광고와 군수 산업과 같이 삶의 질 향상과 연관이 적은 생산과 소비를 줄임으로써 해결될 문제라며 반박하고 있다. 즉, 부유한 사람들에게 돌아가는 막대한 부를 제한하고 공공재에 대한 투자를 늘려 빈곤을 억제하고 삶의 질 향상을 꾀한다는 것이다. 김현우는 이것이 히켈이 생각하는 탈성장의 핵심 원리라고 지적한다.
한편, 히켈은 기후위기에 대해서 탈성장이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주장한다. 히켈은 경제 성장과 환경 보호가 양립할 수 있음을 주장하는 그린뉴딜에 대해 성장이 에너지 수요를 증가시키므로 비현실적인 개념이라며 비판한다.
게다가 풍력 발전기 터빈에 사용되는 네오디뮴, 태양전지에 쓰이는 은과 배터리의 원료인 리튬과 같이 재생 에너지 전환에 있어서도 자원의 소모를 필요로 하고, 에너지 수요가 증가할수록 위와 같은 자원 소비도 급격히 증가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남미자는 이것이 탈탄소가 완전히 이루어지더라도 생태계 붕괴와 다양성 손실과 같은 생태 문제가 해결되지 않음을 뜻한다고 지적한다. 더 나아가서 히켈은 현 시점의 에너지 소비 수준에서 유의미한 속도로 재생 에너지 전환을 이루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반면 생태적 관점에서 불필요한 생산과 소비를 억제한다는 탈성장의 이론적 바탕은 효과적인 접근으로 보인다. 생산과 소비가 감소하면 자원 사용과 에너지 소비가 줄어드는 것은 당연할 것이며 지구의 자정 능력을 넘어서는 현재의 위기 상황을 극복하는 것에 기여할 것이다.
결론 및 고찰
기후위기가 코앞에 닥친 상황에서 즉각적인 해결책이 필요한 것은 당연하다. 지속가능한 발전에 대한 관심이 커짐에 따라 그린뉴딜이 하나의 해결 방안으로 제시되었지만 히켈의 주장처럼 부족한 점이 존재한다. 그린뉴딜이 궁극적으로 기존보다 지구 환경에 긍정적 영향을 끼칠 것은 확실하지만 그 속도가 급격하게 닥쳐오는 기후위기를 막아내기에 턱없이 느리다는 것이다.
그러나 히켈이 주장하는 탈성장도 완벽한 대안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개혁적인 시도를 포함하고 있는만큼 사회가 갑작스런 변화를 견뎌낼 수 있을지에 대한 심층적 논의가 필요하다. 탈성장의 부작용이 너무 크다면 채택하기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이 모든 논의의 과정이 신속하게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기후위기는 더이상 미룰 수 없는 인류의 긴급한 사안이며 제시간에 적절한 대처가 수행되지 않으면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2022년 7월 18일
© 이시후 (keepedia06@gmail.com)
참고문헌
“[아하! 경제뉴스]경기침체는 무엇이고 어떻게 대처해야...”. 〈동아일보〉. 2009.02.04. (2020년 7월 18일에 확인함)
제이슨 히켈, 『적을수록 풍요롭다』, 김현우ㆍ민정희 옮김, 창비, 2021.
김현우.(2022).기후위기의 현실 대안으로서의 탈성장.문화과학,109,93-107.
조영준.(2021).성장지상주의와 탈성장사회.철학연구,187-213.
남미자.(2022).탈성장은 판타지가 아니다 -제이슨 히켈, 『적을수록 풍요롭다』, 김현우ㆍ민정희 옮김, 창비, 2021..뉴 래디컬 리뷰,2(1),310-315.
'사회' 카테고리의 다른 글
미국과 이란의 뿌리깊은 갈등…"왜 그들은 원수가 되었나" (0) | 2022.12.23 |
---|---|
증가하는 노인빈곤…메타버스가 해결책 될까? (0) | 2022.12.22 |
"Why Russia Pursues to Regain the Former Influence?"…History of Cold War (0) | 2022.12.18 |
The Significance and Limitation of Degrowth: Degrowth As an Alternative for Climate Crisis (0) | 2022.12.18 |
[저어새와 기후위기] 저어새의 보금자리, "남동유수지" (1) | 2022.12.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