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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삼성전자, 소비자에 부끄러운 거짓말

© Hong Ki-won reporter / Suwon=YonHap News

2022년 3월, 갤럭시 유저들 사이에서 GOS가 게임 어플리케이션의 성능을 의도적으로 하락시킨다는 의심이 제기되었다. GOS(Game Optimization Service)는 발열과 배터리 소모를 줄이기 위해 초당 프레임 수와 GPU 성능을 조절하는 갤럭시의 기본 어플리케이션이다. 

 

문제는 게임의 성능이 GOS에 의해 60% 수준까지 감소된다는 사실을 감추고 항상 제성능을 발휘하는 것으로 과장하여 광고했다는 것이다. 벤치마크(스마트폰의 성능을 측정하여 점수로 환산하는 프로그램) 서비스를 제공하는 Geakbench는 소셜 미디어를 통해 GOS가 기기의 성능을 53.9%에서 64.2% 수준까지 감소시킨다는 테스트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나 GOS는 게임으로 분류되는 어플리케이션에만 작동되어 벤치마크 프로그램에 대해선 영향을 미치지 않았고, 성능이 부풀려진 것이다. 실제로 한 유저가 일반 어플리케이션의 이름을 게임의 이름으로 바꾸고 테스트한 결과, GOS가 작동하여 벤치마크 점수가 40% 가량 낮아졌다. 결국 Geakbench는 갤럭시가 성능을 조작했다며 갤럭시 S22를 비롯한 일부 제품군을 평가목록에서 제외시켰다.

 

삼성전자는 지난 2월 10일, 갤럭시 S22 시리즈를 공개하며 “역대 가장 강력한 갤럭시”라고 주장했다. 또한, 새로운 모바일 프로세서를 탑재해 전작에 비해 성능이 향상되었고, 신소재를 사용해 발열 문제를 완전히 해결했다고 광고했다. 그러나 앞서 보았듯이 광고 속 화려한 성능은 GOS로 인해 소비자가 체감할 수 없는 것이었고, 소비자는 광고 속 성능을 믿고 기기를 구매했다. 삼성전자는 고객의 안전을 위한 선택이었다고 해명했지만 과장 광고로 소비자를 기만했다는 비판은 피할 수 없게 되었다.

 

삼성전자의 거짓말은 기업의 이미지의 큰 손상을 입힐 것으로 예상된다. 소비자들은 2015년 폭스바겐의 배기가스 조작 사건을 언급하며 삼성전자를 비판했다. 폭스바겐이 주행시험에서만 저감장치를 작동시키고, 실제 도로에서는 이를 작동시키지 않아 기준치를 훌쩍 넘는 배기가스가 배출된 사례처럼 삼성전자가 벤치마크 프로그램에 GOS를 작동시키지 않은 것은 명백한 사기라는 것이다. 폭스바겐은 이 사건으로 치명적인 이미지 손실과 함께 수십조 원의 배상금을 지불해야 했다. 2년 후 애플 또한 의도적으로 소비자 몰래 오래된 배터리의 성능을 하락시켜 소비자들의 신뢰를 잃은 바 있다.

 

소비자들의 불만은 끊이지 않고 있다. 1800여 명의 소비자들은 삼성전자에 집단소송을 제기했고, 공정거래위원회는 삼성전자가 허위∙과장 광고를 했다는 신고를 받고 조사에 착수했다. 한국에서뿐이 아니다. 갤럭시가 전세계에서 판매되고 있는 탓에 미국과 이스라엘에서도 소송이 제기되었다. 한국의 대표 기업이라는 삼성전자로서 더욱 부끄러워야 할 일이다.

 

한편, GOS 성능 조작 사건은 단순히 소비자에 대한 기만과 기업 윤리에 관한 문제만 내포하는 것이 아니다. 삼성이 기술력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는 통념이 무너지는 하나의 계기라는 것이다. GOS는 발열 문제를 대처하기 위해 도입된 프로그램이다. 발열을 제어할 수 있어야 스마트폰의 성능을 향상시키고 무게를 줄일 수 있다. 이를 위해선 더 적은 전력을 통해 더 큰 성능을 낼 수 있는 하드웨어를 만들어내는 것이 필요하고 이것이 기술력의 척도가 되는 것이다. 컴퓨터 하드웨어 매거진 Anandtech의 분석에 따르면 갤럭시의 성능 대비 전력소모량은 아이폰에 비해 2배 가량 컸다. 기술적으로 뒤쳐진 하드웨어를 바탕으로 비슷한 성능을 내려다보니 발열 문제가 불거졌고, 이를 무리하게 제어하려다 성능 조작이라는 문제를 일으켰다는 추론이다. 이러한 격차로 갤럭시가 프리미엄 시장에서 점차 아이폰에 비해 경쟁력을 잃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같은 우려에도 불구하고 2022년 1분기 주요 기업들 중 유일하게 판매량 성장세를 기록했다. GOS 논란이 제기된 갤럭시S22 시리즈는 국내에서 100만 대 이상의 판매량을 넘어서며 흥행을 보였고, 미국에서도 이전에 비해 60% 이상 판매량이 증가했다. 시장점유율도 4%p 증가한 23%를 차지하며 애플을 넘어서고 점유율 1위 자리를 탈환했다. 하지만 이러한 흥행이 삼성전자의 거짓말에 면죄부를 주는 것은 아니다. 애플이 배터리 게이트 사건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것처럼 삼성에게도 GOS 사건은 꼬리표 같이 계속해서 따라다닐 부끄러운 과거가 될 것이다. 단순한 이윤 추구만이 아닌, 기업 윤리에 입각한 떳떳한 경영이 강조되는 이유이다.

 

2022년 5월 7일
© 이시후 (keepedia06@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