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두차례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는 기준금리 75bp 인상을 결정하며 중앙은행 기준금리를 크게 끌어올렸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유가 상승 등 물가 상승 요인에 의해 미국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8%를 웃돌면서 중앙은행이 물가를 안정화시켜야 했기 때문이다. 파월 의장은 앞으로 있을 회의에서도 기준금리 인상이 결정될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미국의 연이은 기준금리 인상과 국제적 안보 위기가 곂치면서 미국 달러의 강세가 이어지고 있다. 따라서 한국은행 등 타국의 중앙은행도 자국의 화폐가치를 방어하기 위해 금리인상을 단행하고 있다. 한편, 이러한 금리인상 기조에도 일본 중앙은행은 지난 2016년부터 마이너스 금리를 유지하고 있다. 저물가∙저성장에 대비하기 위한 아베노믹스의 일환이었다. 결국 달러 대비 엔화가치가 하락하며 엔화가치 24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까지 떨어졌다. 그러나 일본 정부가 구상했던 ‘저금리∙엔저→기업실적 향상→임금 증가→가계소비 회복’이라는 공식이 맞아떨어지지 않으며 ‘나쁜 엔저’라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본 보고서에서는 일본 정부가 저금리와 엔저에 집착하는 이유와, 그럼에도 기업실적이 향상되지 않는 원인과 함께 현재 일본 경제 상황을 국제수지발전단계를 바탕으로 알아볼 것이다.
왜 저금리와 엔저인가
일본은행은 수익률곡선제어 정책을 펼치고 있다. 장기금리인 10년물 국채금리를 0.25% 이내로 유지하는 것이다. 국채금리가 상승하면 중앙은행은 국채를 매수하고 국채 가격을 높여 금리를 낮춘다. 기업의 자금조달 비용을 줄이고 적극적 투자를 촉진시키기 위한 목적이다. 이로써 낮은 금리와 엔화가치를 바탕으로 기업의 실적을 향상시키고 기업의 투자와 가계의 소비를 장려한다. 곧 임금 상승을 수반하는 물가 상승을 기대한다. 일본은행은 장기간의 경기 침체 이후 기업과 가계가 적극적인 투자와 소비를 꺼리게 되면서 불황이 이어지는 현상을 타파하고자 물가 상승을 도모하고 있는 것이다.
무역수지가 적자인 이유
일본은 2010년 이전까지 해외자산을 통한 이자와 배당 수입과 더불어 무역흑자를 내는 이른바 미성숙채권국이었다. 일본은 순채권국 지위를 유지하면서 엔저를 통해 기업 실적을 향상시키고자 했다. 그러나 생산연령 인구가 감소하고 세계적 변화에 신속하게 적응하지 못하면서 노동 생산성이 뒷받침되지 못했다. 게다가 2008년 세계금융위기 이후 생산공장을 해외로 옮기는 기업이 많아지면서 엔저의 효과도 예전만 못하다.
결국 일본은 2010년 이후 일본 내 산업의 경쟁력이 떨어짐에 따라 무역수지 적자를 보였다. 그러자 일본은행은 엔저와 저금리 정책을 바탕으로 기업의 경쟁력을 확보하고자 했다. 그러나 앞서 언급했듯이, 마냥 성공적이지는 못하다. 엔화가치가 1엔 하락할 때 2000년에는 기업의 이익이 0.7% 증가했지만, 현재는 0.4% 수준에 머무른다. 도쿄상공리서치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일본 기업 6000여 곳 중에 절반 가까기에 엔저가 기업 경영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답했다. 한편, 국가적으로는 엔화가치가 1엔 하락할 때 무역적자가 약 7,000억 엔 상승한다. 이는 엔저가 기업의 수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사실이지만, 반대로 수입에는 부담을 주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국제 유가 상승 및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원자재 가격이 크게 상승한 상황에서 엔저로 인한 수입 부담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결론
일본 정부는 계속되는 엔저 상황에 위기감을 느끼고 구두개입을 시작했다. 스즈키 슌이치 일본 재무상은 정부의 엔화 직접 매수를 포함한 강력한 대응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식품 및 에너지 부문에서 물가가 크게 오르며 소비자의 부담이 커진데다 이를 해결할 기업실적 향상과 임금 증가가 쉽게 뒤따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구두개입의 효과는 크지 않다는 지적이다. 일본 정부가 외환시장에 개입하기 위해서 미국 등의 동의를 얻기가 어려울 뿐더러(엔화가치가 올라감에 따라 달러가치가 떨어지면 미국의 수입물가가 상승하여 미국 내 물가 상승이 가속화된다.), 미국의 강력한 금리인상 및 긴축 기조가 계속되는 가운데 구두개입으로서는 역부족이라는 것이다.
한편, 코로나 19 이후 무역적자가 크게 늘어나며 해외자산을 통한 소득이 무역적자를 상쇄하지 못할 정도에 이르렀다. 즉, 성숙 채권국을 지나 채권 소진국에 도달한 것이다. 무역적자에 대응하기 위해 해외자산을 처분해야 할 지경에 이른 것이다. 일본에게 무역수지의 흑자 전환이 중요해진 이유이다. 그러나 엔저 등 통화정책으로는 부족해 보인다.
많은 기업이 생산 공장을 해외로 옮겼고 높은 수입 물가에 엔저의 효과가 반감되었다. 이제는 좀 더 근본적인 방안이 필요한 이유이다. 각 기업의 노동생산성과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 즉 기업 자체의 가치를 높이는 것이 필요하다. 국내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업무 처리를 전산화 하는 등 산업 효율성과 경쟁력을 높일 방안은 많이 있다. 세계적인 흐름에 발 맞추어 기업과 국가의 경쟁력을 향상시킬 대안이 필요한 상황이다.
2022년 9월 15일
© 이시후 (keepedia06@gmail.com)
참고문헌
“DAY47. 기준금리(일본)”. 네이버 경제. 2022.02.03.
“日 역주행 통화정책에 '1달러=144엔'...‘나쁜 엔저’ 부메랑 맞나”. 중앙일보. 2022.09.13.
“수익률곡선관리, 연준의 다음 도구될까”. 2020.06.10.
“월급쟁이 한국이 건물주인 일본을 왜 걱정하냐고? [정영효의 일본산업 분석]”. 한국경제신문. 2022.09.12.
“엔저가 수출 늘려 활황? 이 공식 안 통한다…日경제 비명, 왜”. 중앙일보. 2022.09.14.
“'美 물가 충격' 日 외환시장 구두개입에도 엔화 달러당 145엔 육박”. 아시아경제. 2022.09.14.
“'잃어버린 30년'으로 '싼 나라' 된 일본 [글로벌 현장]”. 한경비즈니스. 2022.07.22.
“일본 재무상, 외환시장 강력 구두개입…"엔화 매입도 배제 안해"”. 연합뉴스. 2022.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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