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일본 경제 탐구] 장기 불황의 역사…멈춰선 고도 성장의 톱니바퀴

이시후_ 2022. 12. 19. 10:47

세계 2위 경제대국의 자리를 지키던 일본은 1990년대 이후 0%수준의 경제 성장을 보이며 2010년 중국에게 그 자리를 내주었다. 10%를 웃도는 경제 성장률을 바탕으로 세계 무대에 화려하게 데뷔했던 일본은 계속해서 정체 상태에 머무르며 국제적 영향력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중국과의 GDP 격차는 30년 전 일본이 벌렸던 것보다 2배가 넘는 차이로 벌어졌으며, 인도와 같은 지역 강국이 무서운 속도로 일본의 뒤를 따라잡고 있다. 현재 일본의 경제 침체에는 어떠한 원인이 있었는가. 여러 요인이 작용했지만, 1990년대의 거품경제 붕괴의 여파는 지금까지도 이어지는 커다란 요인이다.

 

 

고도 성장의 역사

일본은 1960-1990년 동안 평균 약 6%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했다. (자료: 세계은행)

전쟁이 끝나고 패전국이 된 일본은 전쟁 이전에 비해 공업 생산량이 10%수준까지 떨어지고 엥겔 지수(가계 소비 지출 대비 식비의 비중)가 두 배 이상 급등해 68%에 달하는 등 경제적 어려움을 겪었다. 미국의 경제 지원에 힘입어 점차 회복하던 경제는 한국 전쟁의 발발로 크게 성장했다. 미국을 비롯한 연합국을 향한 해외 수출이 가파르게 증가했고, 이를 바탕으로 국내 산업 기반을 견고히 할 수 있었다. 이후 일본은 1970년대 초까지 평균 8.9%의 경제성장률을 보이며 경제대국의 반열에 올랐다. 

1978년 일본의 엔화가치는 300¥=$1에서 210¥=$1까지 상승했다. (자료: 세계은행)

그러나 1970년대에 들어서면서 엔화의 가치가 올라가자 수출이 어려워졌고, 대책으로서 재정지출을 늘린 것은 인플레이션을 초래했다. 중동으로부터의 석유 위기 또한 일본의 급격한 경제 성장의 막을 내리는 것에 일조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1975년 곧바로 4%대의 경제성장률을 되찾으며 경제는 다시 활력을 띄기 시작했다.

 

자동차나 컬러 TV 등을 비롯한 기계류의 활발한 수출은, 1977년 엔고(엔화의 화폐 가치가 상승하는 것)가 지속되고 석유 위기가 일어나자 또다시 침체되기 시작했다. 그런데 미국이 달러화의 약세를 막기 위해 달러화 방위조치를 내보이자 엔저(엔화의 화폐 가치가 하락하는 것)가 나타났고, 일본의 수출도 현저히 회복했다. 하지만 엔저로 인해 일본의 무역 흑자가 과하게 늘어나자 1985년 미국은 플라자 합의를 주도해 미국의 경쟁력을 높이고자 했다. 합의 내용에 따라 엔화의 가치는 3년새 2배 가량 상승했고, 수출 산업은 다시 한 번 가라앉았다.

일본은행의 기준금리는 1986년 이후 5%에서 2.5%까지 인하되었다. (자료: 트레이딩이코노믹스)

국내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일본은행은 2.5% 수준까지 금리를 낮추며 경제를 안정시켰다. 1980년대의 기록적인 저금리는 여러 부작용을 일으켰다. 낮은 금리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양의 돈이 은행에 저축되었고, 은행들은 대출 기준을 크게 낮췄다. 수출 산업을 지원하기 위해 제정된 금융 완화법은 기업들의 대출을 더욱 쉽게 만들었다. 

1985년 이후 일본의 닛케이지수는 4배 가까이 급등했다. (자료: 인베스팅닷컴)

이로써 대량의 자금이 시장에 공급됐고, 이것이 부동산과 주식 투자로 몰리자 주가와 땅값이 급등한 것이었다. 1985년에 비해 1990년의 집값은 전국 평균 5배의 이르는 상승세를 보였다.

 

 

장기불황의 역사

 

주가와 땅값이 끊임없이 오를 수는 없는 노릇이었고, 그 한계는 1991년 초에 나타났다. 주가는 1991년 초부터 급락하기 시작해서 1998년 10월, 1989년 최고치에 비해 67% 가량 하락했다. 뒤이어 땅값 또한 떨어졌는데, 도시 부동산 가격은 거품경제 시기의 3분의 1 이하였다. 

일본의 실업률은 1998년 이후 2년새 약 2%p 상승했다. (자료: 트레이딩이코노믹스)

이후 경제는 후퇴에 후퇴를 반복했다. 소비세율이 3%에서 5%까지 올랐고, 공공사업은 위축되는 등 경기는 급격히 침체되었다. 주식의 수익률이 크게 떨어지면서 은행의 자기자본(은행이 자체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자본)이 급격히 줄어들어 은행시스템의 불안이 커졌다. 이에 따라 민간의 투자와 근로자들의 소비가 감소하여 물가는 하락했고, 실업률은 2%p 넘게 상승했다. 2000년대 들어 약간의 회복세를 보이기도 했지만, 2008년의 세계적 금융 위기는 일본 경제에 큰 타격이 됐다. 결국 일본 경제는 눈에 띄는 경기 회복을 보이지 못한 채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0%의 경제 성장률을 유지했고, 이것은 코로나19로 인한 세계적 경제 침체와 함께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2022년 4월 1일
© 이시후 (keepedia06@gmail.com)

 

 

참고문헌

 

공의식(2005). “한국전쟁과 산업부흥”. 네이버 지식백과.

공의식(2005). “석유 위기와 인플레이션”. 네이버 지식백과.

공의식(2005). “플라자합의와 엔고불황”. 네이버 지식백과.

공의식(2005). “버블경제기”. 네이버 지식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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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혜(2019). “저성장시대에서 살아남은 일본 기업의 비결은?”. KOFTA 해외시장뉴스.

김용안(2009). “패전 후의 경제적 혼란과 회복”. 네이버 지식백과.

“잃어버린 10년 - 거품 경제”. 위키백과.

정형(2011). “일본의 경제”. 네이버 지식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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