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삼성전자, ‘2030 시스템반도체 세계 1위’ 목표…3년 후 지금은?

이시후_ 2022. 12. 17. 22:32

삼성전자는 메모리반도체 분야에서 굳건한 세계 1위를 지키며 시장의 주도권을 잡고 있다. 반도체는 크게 정보를 기억하는 메모리반도체와 데이터를 연산하고 처리하는 시스템반도체로 나뉘는데 삼성전자는 메모리반도체가 전체 매출의 70%이상을 차지할 만큼 메모리 의존이 크다. 메모리반도체는 시장 상황에 따라 가격 변동이 잦기 때문에 삼성전자의 실적도 2018년 60조 가량의 영업이익을 낸 반면 이듬해 절반 수준으로 하락하는 등 쉽게 출렁였다.

2022년 1분기 시스템반도체 파운드리 점유율: TSMC(54%), 삼성전자(16%), UMC(7%), 글로벌파운드리(6%), 기타(17%)
자료: 메디코노믹스

이에 따라 이재용 부회장은 지난 2019년 비전 선포식에서 "메모리에 이어 파운드리를 포함한 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서도 확실히 1등을 하도록 하겠다"고 선언했다. 메모리반도체 편중을 탈피하여 안정적 수익 기반을 구축하고 더 큰 규모의 시장에 도전하기 위함이다. 하지만 3년이 지난 지금 삼성전자의 꿈은 특별한 결실을 맺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171조원을 2019년부터 2030년까지 시스템반도체에 투자한다는 이 부회장의 예고에 따라 삼성전자의 지난해 반도체 부문 시설투자는 43조가 넘는 투자액을 보였으며, 매해 증가하는 추세이다. 2020년 착공한 평택 3공장은 곧 5나노 반도체를 포함한 정밀 공정 제품을 생산할 예정이다. 트랜지스터 양끝에 위치한 소스와 드레인 사이의 거리가 5나노미터인 5나노 반도체는 스마트폰의 두뇌에 해당하는 핵심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에 사용된다. 하지만 삼성전자 모바일 AP의 입지는 점차 줄어드는 추세이다. 삼성전자 모바일 AP 시장점유율은 지난해 6.6%로, 2019년에 비해 절반 수준이다.

 

한편, 시스템반도체 파운드리 또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반도체의 설계 및 판매를 담당하는 팹리스 업체는 파운드리 업체에게 위탁 생산을 맡기는데 대만의 TSMC와 달리 삼성전자는 설계부터 생산까지 모든 과정에 관여하는 종합 반도체 기업(IDM)이기도 하다. 팹리스 업체 입장에서 제품 설계의 보안 문제가 우려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30%대로 추정되는 4나노 공정의 낮은 수율 또한 지적받고 있다. 70% 수준의 높은 수율을 보이며 지난해 시장점유율 53%에서 지속적인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TSMC와는 대조적이다. 삼성의 파운드리 점유율은 지난해 18%에서 올해 16%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4월 28일 실적 발표회에서 삼성전자는 "5나노 공정은 안정적 수율을 바탕으로 공급을 확대하고 있고, 4나노는 초기 생산량 확대가 지연되었지만 조기 안정화에 주력해 현재 예상한 수율 향상 곡선 내로 진입한 상태"라며 수율 논란을 일축했다. 그리고 앞으로 5년 간의 파운드리 계약 규모가 작년 매출의 8배에 달한다며 최근 시장의 우려가 과도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한, 최근 미국의 인수∙합병 전문가를 영입하며, 유망 반도체 기업에 대한 인수∙합병을 통해 시스템반도체 분야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목표를 시사했다.

 

자료사진: Gate-All-Around(4 Gates on channel)의 구조.
© 전자신문

같은 날 삼성전자는 "상반기 내 3나노 '게이트 올 어라운드(GAA)' 공정 양산을 세계 최초로 시작한다"는 계획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나노는 숫자가 작을 수록 회로가 더욱 촘촘하다는 것을 의미하며 3나노 공정은 현 시점에서 가장 정밀한 기술로 평가된다. 삼성전자와 TSMC 모두 3나노 공정 양산 계획을 발표하고 있는데 두 회사의 계획에는 몇 가지 차이가 있다. TSMC가 계획하고 있는 핀펫 방식과 달리 삼성전자의 GAA는 게이트와 채널이 4면에서 맞닿는 구조로서 3면에서 접하는 핀펫보다 기술적으로 진보된 방식이라고 평가된다. 트랜지스터는 게이트에 전압이 가해지면 채널을 통해 소스와 드레인으로 전류가 흐르며 작동하는데 게이트와 채널 사이의 접점이 클 수록 효율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또한 양산 시점도 TSMC보다 일 년 더 앞서서 계획되어 있는 만큼 삼성전자는 GAA 공정을 통한 경쟁력 확보를 자신하고 있다. 과연 GAA 공정의 성과가 시스템반도체 세계 1위라는 삼성전자의 목표에 대해 중추적인 부분이 될 것을 예상할 수 있는 점이다.

 

 

2022년 5월 3일

© 이시후 (keepedia06@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