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부일구의 과학적 원리…"하늘을 바라보는 솥"
앙부일구에 이용된 과학적 원리는 태양의 움직임에 따른 그림자의 변화에 기반하고 있다. 뾰족한 바늘 모양의 영침은 앙부일구의 시침 역할을 하는데, 남쪽에서 정확히 북쪽을 향하도록 수영면(해 그림자를 받는 오복한 판)에 비스듬히 고정되어 있다. 앙부일구에 비친 그림자의 길이와 위치를 통해 과거 사람들은 시각과 절기를 알 수 있었다. 즉, 앙부일구에 이용된 과학적 원리는 태양의 움직임에 따른 그림자의 변화에 기반하고 있다.
시각을 아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지구가 자전함에 따라 태양이 동쪽에서 서쪽으로 겉보기 운동을 하면서 태양빛이 영침의 그림자를 만든다. 따라서 그림자의 위치는 태양의 이동 방향과 반대인 서쪽에서 동쪽으로 움직인다. 그림자가 비치는 수영면에 그려진 세로선인 시각선은 시각을 나타낸다. 수영면 위 7개의 세로선은 왼쪽에서부터 묘∙진∙사∙오∙미∙신∙유시로 나뉜다. 각 세로선 사이에 15분 간격으로 8개의 선이 추가적으로 그려져 있다. 이처럼 그림자가 위치한 시각선 끝에 그려진 십이지신의 그림을 통해 시각을 알 수 있었다.
또, 수영면에 그려진 13개의 선으로 나누어진 가로선을 통해 절기를 알 수 있다. 최상단은 동지, 최하단은 하지를 가리킨다. 지구가 태양을 공전하는 탓에 계절에 따라 태양의 고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태양의 고도에 따라 그림자가 드리우는 각도가 다르기 때문에 계절마다 가로선에 미치는 그림자의 길이가 다르다. 즉, 그림자의 길이를 통해 절기를 알 수 있다. 동지에는 태양의 남중고도가 가장 낮기 때문에 그림자가 가장 길고, 하지에는 태양의 남중고도가 가장 높기 때문에 그림자가 가장 짧다.
1434년 처음 발명된 앙부일구는 경복궁 흠경각에 설치되었다. 앙부일구에는 세종의 애민정신이 담겨있다. 농사를 짓기 위해서 백성들은 절기와 시각을 잘 알아야 했는데 당시에는 정확한 절기와 시각을 알기 어려웠다. 따라서 세종은 장영실에게 시계 개발을 위한 명나라 유학을 지시했던 것이다. 또한, 글을 읽지 못하는 백성들을 위해 십이지신의 그림을 그려 넣어 직관적으로 때를 알 수 있게 하였다. 16세기에는 휴대용 앙부일구가 발명되어 어디서나 시각을 알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