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 숫자들(사너 블라우): 국내총생산(GDP)의 통계적 오류

"숫자는 어떻게 진실을 왜곡하는가." 겉표지에 크게 적혀 있는, 이 책의 주제를 관통하는 문구다. 저자는 수많은 분야에서 사용되는 숫자가 사람들의 판단에 오류를 만들어낸다고 주장한다. 그중 가장 관심이 가는 주제는 국내총생산에 관한 것이었다. 저어새를 구경하며 국내총생산의 맹점에 대해 알아 보았던 것이 이에 크게 작용했다.
국내총생산은 돈으로 측정 가능한 모든 생산물의 가치를 나타낸다. 흔히 국내총생산을 국가의 경제 상황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지표로 사용하고, 이 수치가 증가하면 그 국가의 경제가 성장했다고 말한다. 이처럼 국내총생산의 증가는 마냥 긍정적인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저자는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국내총생산에 대한 위 설명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국내총생산은 돈으로 측정할 수 없는 가치를 포함하지 않는다. 또한, 생산물이 실질적으로 사람들의 삶을 행복하게 하는지를 판단하지 않고 모든 생산물의 가치를 포함한다. 즉, 저자의 설명에 따르면 국내총생산은 자원봉사와 같이 행복한 삶에 이로운 영향을 끼치는 활동은 배제되며, 방위 산업처럼 그다지 이롭지 않은 활동은 적극 포함한다. 따라서 이를 고려하지 않고 피상적으로 보여지는 수치만을 받아들이는 것은 옳지 않다는 것이다.
이후 저자는 상관관계를 인과관계와 혼동하는 것이 흔히 발생하는 오류라고 지적한다. 우연한 일치를 우연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면 무의미한 것에 의미를 부여하는 꼴이라는 것이다. 한편, 나는 국내총생산에 대해서도 위와 같은 오류가 일어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경제가 성장하면 삶의 질이 향상된다는 것이 잘못된 인과관계라는 것이다. 경제성장이 사람들에 삶을 행복하게 하는 직접적인 요인이 아니고, 단지 간접적인 영향만 주었다고 생각한다. 게다가 인류학자 제이슨 히켈의 저서에 따르면 서구 선진국의 행복 비율은 국내총생산이 지속해서 증가했음에도 1950년대 이후 정체되거나 오히려 하락했다고 한다. 경제성장과 행복한 삶 사이의 상관관계마저 깨어지는 것이다.
하지만 위 이유에서 국내총생산이 증가할 필요가 없으며 경제성장이 멈추어도 된다고 확언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저자가 지적하듯이, 국내총생산이 절대 완벽하게 짜여진 지표가 아니며 그 수치를 과신해서는 안 된다는 것은 확실해 보인다. 이 사실은 국내총생산 외에도 모든 지표와 수치들에 대해서 동일하게 적용될 것이다. 저자의 경고를 떠올리며, 앞으로 마주칠 수많은 숫자들을 비판적으로 접근하고 다면적으로 사고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2022년 7월 31일
© 이시후 (keepedia06@gmail.com)